[중앙일보 정효식 기자] 최근 원화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들이 돋보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미리 투자원금에 대해 달러선물이나 통화교환 계약을 맺어둬 환차손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에 끄떡없는 일종의 유비무환(有備無患) 펀드인 셈이다. 반대로 환차손 위험에 대비(환헤지)하지 않은 외국 운용사의 해외펀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7.3% 급락한 만큼 수익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자산운용업계 분석에 따르면 해외투자펀드들은 이 같은 환헤지를 통해 최대 연 8%가 넘는 수익을 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각국의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본드플러스채권펀드'은 투자 원금 전체에 대해 달러선물계약을 맺어둬 최대 8.9%의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었다. LG투신.하나알리안츠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자사 펀드의 투자 원금에 대해 미리 환차손을 대비했다. 또 여러 나라의 통화자산에 분산 투자해 환율 변동위험을 최소화한 펀드도 있다. 60개국 증시에 투자하는 KB스타글로벌고배당주식펀드가 그런 경우다. 다만 일부 해외투자펀드는 환차익까지 포함한 고수익을 노리며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손을 입었다. 제로인의 김양진 연구원은 "1996~97년 동남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 해외투자펀드들이 미리 환차손에 대비하지 않았다가 큰 손실을 본 뒤부터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투자시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헤지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선물거래비용 1계약(5만달러)당 4000원(약 0.0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큰 인기를 누린 해외펀드는 대부분이 별도로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펀드는 해외투자펀드와 달리 외국 운용사들이 전 세계에서 자금을 모아 투자하기 때문에 환헤지 여부는 각국 투자자에게 맡겨져 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가 별도로 환헤지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환율 급락에 따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 자산관리 서비스부 서진희 지배인은 "환차손에 대비할 것을 권유하지만 판단은 고객의 몫"이라며 "해외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는 고객 스스로가 통화 분산 개념을 갖고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