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끝났다. 더불어 세계를 또 다른 열기에 휩싸이게 했던 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느라 밤잠을 설쳤던 국민들도 선선한 가을 공기에 서서히 리듬을 되찾아가고 있다. .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대박’을 안겨주는 로또 복권이 생긴 탓에 별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스포츠 스타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이 큰 화제를 모았고 이것이 두고두고 후일담으로 회자되곤 했다. . 돈이 없어 우유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어느 여자 육상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다관왕이 된 덕에 두둑한 포상금을 받게 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몇번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여러개의 메달을 획득한 어떤 선수가 고심 끝에 평생 수백만원씩 받을 수 있는 연금과 일시불 현금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로 했다더라는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 이렇게 선수들이 국위선양의 대가로 받은 포상금은 평생 현역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운동 선수들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대책이 돼 줬다. 한편으로 은퇴 후의 생계 방편으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요긴한 투자원금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운동선수들에게 주어졌던 연금 혜택은 이들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시기에는 안정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급여의 성격을 지녔지만 은퇴한 이후에는 일종의 퇴직금 혹은 퇴직연금의 성격을 지니게 됐던 셈이다. . 메달리스트에게 지급됐던 연금 혜택은 퇴직금 제도보다는 새로 시행될 퇴직연금 제도와 닮은 점이 많다. 2006년부터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다. 지난 1953년 도입된 퇴직금 제도가 그간 퇴직자들의 경제적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고용 여건도 발 빠르게 변화해 퇴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정년이 앞당겨졌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었다. 이는 퇴직 후 생계유지와 여가생활을 위한 필요자금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퇴직연령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실제 수령할 퇴직금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 후 필요자금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절대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자로 생활할 수도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 이러한 문제 인식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2006년부터 현행 퇴직금 제도와 함께 퇴직연금 제도를 병행해 시행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금 제도, 사전에 정해진 급여를 받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제도 또는 적립된 금액의 투자수익을 나눠주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 중 1개 이상의 제도를 의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계좌를 통해 연금이 관리될 수 있어 이직을 하더라도 10년 이상만 납부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 게다가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든든한 매수 기반을 가지게 된다는 점도 퇴직연금 제도 실시로 파생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다. 퇴직연금 제도로 인해 자본시장의 안정도 함께 꾀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후한 ‘덤’이다. . <백경호 KB자산운용 사장 약력> . 1961년 부산 生 부산 동래고·부산대 경제학과 卒 87년 동원증권 법인부 91년 SK증권 채권부 98년 한국주택은행 자본시장실 실장 2000년 한국주택은행 자본시장본부 본부장 2000년 6월~現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