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남은 5년의 시간
- 모빌리티 혁명 마지막 편 (By. 한강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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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순서
1부 - 불타는 전기차, 그래도 결국은 BEV다
2부 - 당신이 알던 중국은 이미 사라졌다
3부 - 독이 되어버린 100년 헤리티지의 영광
4부 - 앞으로 5년, 또 다른 애플이 탄생할 것인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모빌리티 혁명 시리즈가 어느덧 그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1편을 통해서는 왜 결국 우리가 BEV로 향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결국 모빌리티 혁명의 핵심은 자율주행이며 전기차는 껍데기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었죠.
2편에서는 우리가 알던 것과 너무나 다르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중국의 전기차 & 자율주행 산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편에서는 100년의 헤리티지가 독이 되어 돌아온, 그러면서 서서히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기존 강자들을 엿볼 수 있었고요.
이제 마지막 장에서는 과거 제1 테크 르네상스 시기에 일어난 일을 보며, 과연 비슷한 일이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과연 10년 후 모빌리티 산업의 지형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 제1 테크 르네상스와 애플
지난 1편에서 르네상스 시기를 '인류의 삶이 급진적으로 변화되는 시기'라고 정의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인류의 기술발전, 테크 산업에서의 제1 르네상스는 개인적으로 2010년 전후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스마트폰의 출현, 그리고 이후 펼쳐진 모바일 생태계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입니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공개한 날 이후 우리의 생활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피처폰"이 지배했습니다.
그 당시 휴대폰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였죠. 그만큼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예쁘고 튼튼한, 그리고 성능 좋은 휴대폰을 만드느냐가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존재는 바로 '노키아'였습니다.
노키아는 1998년 내놓은 6100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존의 1등이었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당당히 휴대폰 시장의 1등으로 등극합니다.
직후 내놓은 8810 시리즈에서는 사상 최초로 안테나가 사라졌고, 1999년에 내놓은 3210 시리즈는 무려 1억 6천만 대가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그렇게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가 된 노키아는 무려 10년간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2007년에는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 점유율 51% 수준을 달성할 정도. 그 아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핀란드 GDP의 25%를 노키아가 맡을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때만 해도 노키아의 아성은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휴대폰 시장을 노키아와 2등인 모토로라, 2개 기업이 사실상 양분하며 오래오래 장악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산업 전체를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2007년 1월 9일을 기점으로 처참히 무너지게 됩니다. 이후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서서히 나타난 것입니다.
그 당시 후발주자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있던 애플은 마치 중국과 테슬라가 현재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접근을 합니다.
기존의 강자들과 비슷하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으니, 새로운 판을 짜고 그 판으로 모든 경쟁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이 처음 세상에 공개한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의 키워드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이라는 단어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며 시장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이제 더 이상 휴대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인터넷은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수많은 앱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디바이스 그 자체가 된 것입니다 사실상 '손에 들고 다니는 PC'로 탈바꿈 한 것이죠.
애플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iOS라는 자체 OS(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사의 모든 제품군을 해당 생태계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감성이라는 것을 부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폰을 통해 "전례 없던 편리함"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은 그렇게 점점 애플에 빠져들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앱등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에 이릅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노키아나 모토로라의 휴대폰을 사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폰을 샀고, 한번 아이폰의 고객이 되고 나서부터는 오직 아이폰만을 이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고 나서 겨우 5년이 지난 2012년. 아이폰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2~23% 수준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1위를 차지하였죠. 거기에 더해 삼성과 같이 패스트 팔로워를 꾀한 후발주자들도 함께 치고 올라왔고요.
하지만 그 시간동안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처참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무너지게 됩니다.
2007년 50%를 넘었던 점유율이 2010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4% 수준까지 내려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불과 5년 만에 한 기업이 몰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노키아는 뭘 했나
이렇게만 보면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거대했던 노키아, 세계 1등을 오랜 시간 차지했던 노키아가 어떻게 겨우 5년 만에 저렇게 몰락할 수가 있었는지 말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라는 속담만 생각하면 아무리 사업이 힘들어져도 수십년은 갈 것만 같은데 노키아는 1대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대체 노키아는 뭘 했길래 이렇게 된 걸까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노키아가 애플보다 항상 느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안테나 없는 핸드폰을 만든 것도 노키아였고, 최초의 3G 폰을 출시한 것도 노키아였습니다.
심지어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할 당시 노키아도 자사의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과 '미고'를 개발하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애플과 삼성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왕좌의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노키아의 OS인 심비안은 스마트폰 시장의 빠른 변화와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앱 개발 환경이 복잡하여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쉽게 커지지 못했다
→ 궁여지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으나 이미 스마트폰 OS 시장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꽉 잡은 후
→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은 소수만이 접근하는 고가 틈새시장일 뿐이라고 판단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성을 빠르게 깨닫지 못한 경영진의 패착
→ 너무 비대해진 조직으로 느려진 의사 결정과 변화
정말 다양한 원인들이 노키아의 몰락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자들의 새로운 판 짜기 & 뒤집기를 빠르게 캐치하고 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패권을 꽉 잡고 있는 '하드웨어' 중심의 휴대폰 시장에 안주해서 경쟁자들이 '소프트웨어'로 판 뒤집기를 하려는 걸 막지 못한 것이죠.
■ 중요한 사실은
중요한 사실은 후발 주자들의 판 뒤집기, 그리고 시장 선도자의 재편이 불과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자 고작 몇 년 사이에 산업 자체의 지형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죠.
노키아와 애플이 남긴 제1 테크 르네상스에서의 역사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판 뒤집기에 당하면 겨우 5년 만에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단순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산업도 모두 동일한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 테죠.
지난 포스팅들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판 뒤집기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도 동일하고 후발주자들의 혁신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평균 교체 주기가 2~3년인 휴대폰과 달리 자동차는 적어도 5~10년이 걸리는 제품입니다.
그렇기에 스마트폰 시장의 사례처럼 5년 만에 모든 것이 뒤바뀌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일이 늦어도 10년 안에 모빌리티 산업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제2 르네상스 목전에서 서서히 생기는 균열
100년 헤리지티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오랜 시간 지배해온 기존의 강자들. 이미 그들에게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중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3편에서도 언급되었던 폭스바겐입니다.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에 밀려 전기차 전환에 실패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전년 대비 19.3% 감소)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공장 6개 중 최소 1개와 부품공장 1개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중국 내의 공장 1개도 폐쇄를 고려중이며, 추가 폐쇄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비용 절감 목표를 2026년까지 100억 유로에서 150억 유로로 상향하였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 안정 협약도 종료를 선언하였죠.
이 중 독일 공장 폐쇄 계획은 노조의 극심한 반발과 정치권의 만류로 보류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상 초유로 국내 공장 폐쇄 고려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사실, 중국에서도 공장을 폐쇄한다는 사실부터가 폭스바겐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닛산 또한 지난 6월 중국 장쑤성의 정정 공장을 폐쇄하였고, BMW 또한 최근 낸 실적 발에서 2024년 연간 세전이익률 가이던스를 대폭 낮추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의 비중이 30% 이상이었던 벤츠와 BMW도 폭스바겐과 비슷한 노선을 밟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이는 비단 중국/일본 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GM 또한 최근 중국 관련 부서의 인원 감축과 현지 생산량 축소, 사업 방향 전환 등, 중국에서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러한 사태를 보며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 그리고 미국 GM과 포드의 Tier-2로의 전락이 예상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또한 이들에게 앞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까지 내놓기도 하였죠.
정말 오랜 시간 꾸준히 '일류'의 자리를 지켜오던 회사들이 어느 순간 '이류'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중국, 그리고 테슬라와 같은 후발 주자들의 판 뒤집기가 아직 초입부에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균열.
앞으로 시간이 흐르고 후발주자들이 만든 판이 정교해질수록 얼마나 더 큰 균열과 붕괴가 만들어지게 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다시 반복되는 역사? 제2의 애플은?
인류 기술발전의 역사는 편리함을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빌리티 혁명도 결국 극한의 편리함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운전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즉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이 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기존 레거시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또는 PHEV, EREV와 같은 대체 수단을 가져오고 있기도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BEV 캐즘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결국 과도기를 거쳐 모빌리티 혁명은 완전한 BEV, 더 나아가 자율주행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10년이라는 시간은 한 산업의 구조가 완전히 재편되기에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편리함을 위한 여정, 그 방향성은 이제 한곳으로 정해진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속도의 문제이겠죠.
우리가 마주하게 될 또 다른 10년의 역사. 그 안에서 과연 휴대폰 산업 때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게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또다시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일이 발생할까요? 과연 그 어떤 회사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있을 10년의 시간 동안 모빌리티 산업의 지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일 것 같습니다.
By. KB자산운용 한강뷰
(24.09.2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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