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eauty
국내 화장품 산업에 대한 고찰 (By. Outlier)
※ 요약해 볼까요?
· 올해의 키워드는 K-Beauty
· 한때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사드 사태로 무너진 국내 화장품 산업
·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서양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 국내 화장품 산업의 미래는?
■ 올해의 키워드
뉴스를 접하다 보면 저출산, 고령과, 취업난, 저성장 등 한국 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이 주식시장을 살펴보고 있으면 모든 산업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은 K드라마, K팝, K배터리, K방산, K푸드 등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올랐다.
올해의 키워드는 K-Beauty다.
■ 사드와 한국 화장품의 암흑기
과거에 한국 화장품 하면 떠오르는 회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었다.
2013년 중국 여유법 도입에 따라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이 활성화되고,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시 한국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은 서울 시내 면세점을 돌며 아모레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를 쓸어 담았다.
중국 관광객 특수를 제대로 누린 두 회사의 주가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14년 초 10만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불과 2년도 채 안 되어 40만원을 돌파했고, LG생활건강의 주가는 2014년 40만원대에서 2016년 중반 110만원을 기록했다.
당시 화장품 관련주들이 받던 밸류에이션도 놀라울 정도로 높았는데, 이들은 예상 PER 40~50배에 거래되었다.
이러한 중국 특수는 2016년 7월 사드 사태가 터지며 종료된다.
한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발동하고, 방한 중국인 수는 급감하게 된다.
이후 수년에 걸쳐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 둔화, 중국 전자상거래법 도입에 따른 수입 화장품 온라인 판매 세금 부과, 중국 자국 브랜드 육성 정책 시행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였다.
그리고 한국 화장품은 2017년부터 5년간 암흑기를 겪게 된다.
그러던 중 2020년 발발한 코로나 사태는 화장품 산업에 뜻밖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 서양에서 시작된 인기
서양인들은 선탠을 좋아한다.
일광욕을 즐기다 보니 피부 노화가 빨라지고, 이를 가리기 위해 짙은 색조 화장으로 피부를 덮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서양 화장품 산업은 색조 화장품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고,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다 보니 얼굴에 트러블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신조어가 마스크니(Mask + Acne(뾰루지)= Maskne)다.
피부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Maskne', 'Skincare'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색조화장보다는 피부관리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런데 스킨케어의 강국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서양에서 스킨케어 단계는 매우 심플하다. '클렌징 크림 – 스킨 - 로션' 하면 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클렌징 크림 – 스킨 – 에센스 – 크림 – 아이크림 - 선크림'으로 피부관리가 더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에 세럼, 크림을 2개씩 바르기도 한다. 서양보다 2배, 3배의 프로세스가 있는 셈이다. 마침, K-Pop, K-Drama를 통해 보는 한국 연예인들의 피부는 정말 곱기도 하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한국이 스킨케어 강국이다.
구글 트렌드를 봐도 알 수 있듯, 온라인상에서 마스크니, 스킨케어로 시작된 검색은 Korean Skincare로 이어지게 되었고, 한국산 화장품 판매도 급증하게 된다.
■ K-Beauty, 미국 공략의 이유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온라인 쇼핑과 SNS를 통한 광고가 큰 역할을 하였다.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던 미국인(코로나 이전 오프라인 쇼핑 비중 80%)들은 주로 세포라, 얼타, 월마트, 타겟 등의 매장을 방문하고 매대에 깔려 있는 익숙한 이름의 브랜드 제품을 주로 구매했다.
화장품 전통 강자인 로레알, 유니레버, 에스티로더, P&G 등은 휘하에 수많은 서브 브랜드들(도브, 바세린, 니베아, 뉴트로지나, 키엘, 비치, 팬틴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를 장악해 과점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자, 온라인 쇼핑 영향력이 커졌다.
이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아마존에 입점하고, SNS를 통해 스킨케어를 공부하고, 피부에 좋은 성분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본인이 원하는 성분이 들어간 합리적인 가격의 스킨케어 제품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 화장품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Made in Korea'라는 표시도 나쁘지 않다.
한국 화장품을 사서 몇 번 써보니 가성비가 정말 최고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찾게 된다.
소비자들이 찾다 보니 매장에서도 한국 화장품들을 진열하기 시작한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이 장악한 미국 화장품 시장에 한국 제품들이 진입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코스알엑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달팽이 크림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코스알엑스는 올해 단일 브랜드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코스알엑스 뿐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2개의 회사에 의존했던 10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조선미녀, 구달, 티르티르, 에이블씨엔씨, 네오팜, 정샘물, 롬앤 등 수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아마존 스킨케어 내 여러 카테고리에서 상위 100개 제품의 한국 제품 점유율(제품 수 기준)은 20~30%에 이른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한국이 미국 화장품 수입국으로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K-Beauty의 인기는 미국에서뿐만이 아니다.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4~2017년 중국의 100조 시장을 공략하던 한국 화장품주들은 당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1%에서 8%로 확대하였고, 이 시기 PER 40~50배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다.
지금의 여건은 과거보다 더 우호적이다.
현재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공략하고 있는 미국, 일본, 동남아 시장은 중국 시장의 2.5배(260조원)에 달한다.
과거 전무하다시피 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까지 올라왔고, 일본에서는 4%를 넘어섰다. 중국에서처럼 점유율 8%를 타겟으로 해도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그런데 현재 국내 화장품주들의 밸류에이션은 PER 20배 안팎으로 과거 성장기 대비 절반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주가가 리레이팅 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 K-Beauty의 경쟁력
K-Beauty의 약진은 기초화장에 대한 관심 증가, 온라인 쇼핑 확대, SNS 마케팅의 활성화, 소비자들의 화장품 관련 지식 증가,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수많은 요인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K-Beauty의 성공 요인은 다름 아닌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 신속성, 그리고 근면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화장품 회사 수는 무려 28,000개(2023년 기준)에 이른다. 각 회사에는 화장품에 진심인 젊은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눈만 뜨면 화장품만을 생각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화장품 위탁생산업체(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 씨앤씨엔터 등)와 연락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한다.
이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경쟁사들이 위치한 유럽, 일본에서는 신제품 출시까지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화장품 산업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트렌드가 바뀔 수 있는 긴 세월이다.
맨파워에서 오는 이러한 K-Beauty의 경쟁력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력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반도체, 조선, 음식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본 글은 국내 화장품 산업을 설명하는 글로, 매수를 추천하는 글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
By. KB자산운용 Out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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