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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현직자 이야기

새로운 'OPEC'이 온다 - 데이터가 기름이 되어버린 세상

등록일
2023-10-19
OPEC이라는 절대 권력

OPEC(석유수출국기구).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해왔으며 현재까지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조직입니다.

주요 석유 수출국들이 국제석유자본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고 세계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결성한 자원 카르텔로,
이들이 생산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국제유가가 출렁이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발표와 함께 급등한 유가를 보여주는 그래프.

지난 9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WTI 가격이 순식간에 80달러 대에서 93달러까지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높아진 유가가 전세계 각 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원유 수입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니 이는 고스란히 국제무역수지의 적자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원유를 토대로 각종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들의 생산 단가가 올라가게 되며,
이는 고스란히 제품 가격의 상승,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소비는 위축되죠.


비슷한 흐름을 보여온 유가와 물가('소비자물가지수 cpi'). 유가는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또 다른 OPEC의 강림

그런데 최근, 그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또 하나의 OPEC같은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Magnificent 7'이라고도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을 위시로 한 거대 데이터 기업들의 '데이터 카르텔'입니다.
영어로 풀이하면 'Organization of BiG Data Companies'니까 'OBDC'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과거의 권력이 '기름(오일)'이었다면 미래의 권력은 '데이터'.


OPEC이 천연자원인 '오일'을 가지고 카르텔을 만들었다면,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가지고 카르텔을 만들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막대한 데이터의 양과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타 기업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넘보지 못하게 거대한 장벽을 쌓아 올리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원유의 증산/감산을 통해서 '생산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OPEC과 달리 데이터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데이터의 총량, 또는 데이터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쌓고, 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차단함으로써, 그리고 압도적인 정보 처리능력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며 정보의 권력성(비대칭성)을 강화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OPEC과 이들은 근본적으로 그 성질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 중 하나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기에,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분명 투자에 있어서도 큰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데이터의 양과 처리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2023년 미국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섹터는 하나는 바로 AI입니다.
ChatGPT가 세상에 준 충격과 함께 AI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엔비디아 같은 대표 AI 기업들의 실적으로도 이어졌죠.


그런데 말이죠, 이런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양과 가공/처리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번 인간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역사학을 공부하며, 그 수단에는 오직 책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의 공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책을(다양한 분야의 역사책) 확보하느냐, 그리고 그 책을 얼마나 빠르게 읽고 이해하며 기억해 낼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다양한 책들이 더 많을수록 역사와 관련된 공부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얼마나 빠르게 각각의 책을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동일 시간 대비 학습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AI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AI 학습의 모든 부분에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많은 부분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똑똑해지듯,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에 밀어 넣느냐가 미래 산업에서 승기를 잡는 것에 있어 중요하죠.



데이터의 양과 처리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데이터 초양극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마치 원유가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며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OPEC이 결성되었던 것처럼, 데이터의 양도 균등이 아닌 차별의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번 예를 들어볼까요?

▶ 애플의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

애플의 다양한 디바이스 라인업과 거대한 생태계 구조.


우리가 일상을 보내며 받아들이고 생성하는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아이폰과 맥북, 애플워치 등, 화려한 디지털 디바이스 라인업,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iOS라는 거대한 OS 플랫폼으로 그야말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있죠.
거기에 더해 최근 도입된 모바일 결제부터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까지, 사실상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의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현재로서 애플을 따라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은 없다시피 합니다.
사실상 '소비자(고객)'과 관련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거대 데이터 기업 중 하나인 셈입니다.


▶ 구글,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다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에서 무려 92%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글'.


가장 대표적인 예는 구글입니다.


지난 23년 9월 기준, 구글의 검색포털 글로벌 점유율은 약 92%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이 겨우 3%의 비율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압도적인 점유율. 그만큼 구글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모든 항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들을 단순하게 바라봐도 전체의 92% 비중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것도 '전세계'에서 말입니다.
다른 기업들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도 없는 양으로 누적되는 정보를 구글 혼자 달달하게 맛보고 있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한국에서만 사용자 수가 전 국민의 81% (4183만 명, 22년 9월 기준, 출처 : 모바일 인덱스)에 이르는
유튜브 플랫폼까지 보유한 구글. 사실상 정보의 바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아마존, 미국인의 생활을 추적하다

미국 내 주요 소매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아마존'이 38%로 1위를 차지.

 

한편 아마존은 미국 내 리테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37.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22.06 기준)
구글의 점유율보다는 그 무게감이 적기는 하지만, 이 또한 2위인 월마트(6.3%)와 비교할 때 압도적인 규모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아마존이 미국 내에서만큼은 미국인의 '소비' 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 비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니, 아마존이 얼마나 많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심지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까지 32%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그야말로 데이터 수집과 처리능력 모두에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 경쟁자조차 없는 테슬라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전세계 선도 업체는 테슬라.

현재 자율주행 AI 분야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의 데이터 권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테슬라입니다.

지난 21년 기준, 테슬라의 자율주행 도로주행 데이터 확보량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22년부터 FSD Beta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한 이후, 그리고 테슬라의 전체 차량 판매량이 가속도 곡선을 그리며 늘어남과 함께 더더욱 벌어지는 중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와 학습의 양이 곧 성능으로도 이어지는 AI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장을 정복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같습니다.
그리고 저 거대한 데이터의 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데이터 권력이 되어갈 수 있겠죠.



▶ 처리 능력도 단연 압도적

빅테크들, 데이터센터 3개가 '기본' …초고속 네트워크 백업 (연합뉴스 22.10.17)

앞서 본 거대 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처리 능력도 단연 압도적입니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데이터 분석과 AI 학습까지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데이터센터.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이를 다른 기업들에도 빌려주며(클라우드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65%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3개의 업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더해 구글은 I/O 2023에서 자체 AI 용 슈퍼컴퓨터인 A3를 공개하였고,
테슬라도 대규모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신경망 훈련을 위해 자체 AI 슈퍼컴퓨터인 DOJO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등,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처리 능력에 대해서도 점점 더 양극화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1위는 애플, 2등은 마이크로소프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이터 수집량과 압도적인 처리능력. 그리고 점유율을 바탕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 양극화.


이런 것들이 반영되었기 때문일까요?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TOP 10 안에 들어있는 기업들 중 대부분이 '데이터'에 대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입니다.


애플부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주식시장은 '데이터'에도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중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물론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 외에도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열심히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더 잘 처리하고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데이터 시장은 등차수열이 아닌 등비수열인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다가올 데이터 초양극화의 시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신호탄은 쏘아졌다

이미 거대 데이터 기업들, '데이터 카르텔'들의 장벽 쌓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애플은 지난 2021년 iOS ATT라는, 허용되지 않은 데이터수집 차단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은 iOS 플랫폼 내에서 각종 광고업체, 어플리케이션 업체들이 고객 정보를 별도의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었다면,
이를 이용자가 '추적 허용'을 할 때에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변경한 것입니다.

 

애플의 'ATT', 구글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수집 차단' 정책 대표 사례.

문제는 아이폰 이용자의 90% 이상이 추적을 차단했다는 것이죠.
그 말은 즉, 그동안 조건 없이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던 업체들이 더 이상 양질의 데이터를 쉽게 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특히나 고객 데이터가 중요한 디지털 광고 업계에 큰 타격으로 다가왔었죠.


문제는 Android 플랫폼을 가진 구글 또한 2022년부터 앱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차단한 것입니다(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에 이용자 활동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며, 이 또한 개인 맞춤형 광고가 필요한 광고업계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하나의 권력으로 흔드는 일이 천천히 거대 데이터 기업들을 필두로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지금은 겨우 데이터 수집을 차단하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이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① 양질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비싸게 판매하거나, ② 데이터 처리 및 AI 학습을 위한 시스템을 유료로 라이센싱 하는 일도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추후 자사의 'Dojo AI 학습 시스템'을 타 기업들에 라이센싱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으니 말입니다.
만약 앞으로 그런 일이 점차 확대된다면 '데이터' 권력의 힘이 지금의 OPEC처럼 커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OPEC에 투자할 시간

데이터가 새로운 기름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기름이 지구 곳곳에서 골고루 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데이터 채굴도 소수의 거대 기업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OPEC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들이 미래에 새로운 OPEC의 주도권을 잡게 될지 미리 공부해 보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권력자의 편에 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By. KB자산운용 한강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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