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증시 격언에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란 말이 있습니다.
“가장 업황이 안 좋은 산업에 투자하여 기다리면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란 의미입니다.
물론,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는지,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되는 전제입니다.
필자는 산업이 성장세에 있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순환적인(Cyclical) 이유로 업황이 아주 안 좋은 업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반도체 업종입니다.
현재 코스피에서 업황이 가장 안 좋은 섹터는 반도체입니다.
아래 그림은 연초 이후 코스피 업종별 이익 추정치가 얼마나 조정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반도체의 이익 추정치 하향이 독보적으로 크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반도체 업황을 보더라도 2000년 이후 가장 안 좋은 상황입니다. 2000년 이후 반도체 재고는 사상 최고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는 2000년 이후에 3번의 적자를 기록하였는데, 각각 2001년 IT 버블 붕괴 시, 2008년 금융위기 시, 그리고 올해 1분기입니다.
심지어 올해 1분기의 영업적자율은 2001년, 2008년보다 큰 상황입니다. (그림 3 참조)
그만큼 반도체 업황은 현재 최악의 상황입니다.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요인
현재 반도체 업황 부진은 Cyclical 한 요인입니다.
코로나 이후 있었던 2년간의(2020년, 2021년) 재화 소비 폭발에 따른 반대 작용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외부 경제 활동 제한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PC 성장률은 20년, 21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였습니다.
과거 10년간 PC 시장이 0% 전후의 성장률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장률입니다.
더불어 서버 시장도 온라인 쇼핑, SNS, 클라우드 시장 활성화 등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를 자극하였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경제 재개(리오프닝)가 본격화되면서 재화 소비는 서비스 소비로 이전되었고, PC, 모바일 시장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은 과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여 공급은 늘어났으나, 수요 성장은 제한적이어서 업체들의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것입니다.
이제 확인해야할 점
이제 우리가 확인해야 할 점은 최악의 업황을 보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향후 점진적으로 없어질 것인지,
아니면 메모리 사업은 존재하나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잃어버릴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쉽습니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주행,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메모리 반도체는 필수적이고, AI와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메모리 소비량은 더욱 증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3년 내에 AI, 자율주행 관련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메모리 수요에서 10%에 달할 전망입니다.
즉, 기존의 모바일, PC, 서버 시장에 더해서 가파른 성장의 신규 어플리케이션(AI, 자율주행 등)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기업 경쟁력 측면으로 접근해도 과점된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확고합니다. (그림 6, 7 참조)
최근 메모리 업황 부진은 Cyclical 한 요인이고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견고합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도체 업종 매수에 주저하게 됩니다.
이미 반도체 관련주가 작년 말 저점 대비 30% 정도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30%나 올랐는데 추격 매수를 해도 될지 고민입니다.
필자는 아직 매수해도 내년까지 보면 기회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과거 업황 바닥에서 상승 사이클로 가는 과정에서 주가는 100% 내외로 상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8)
이번 사이클은?
개인적 상상력을 더해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모두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단 기업 실적 측면에서 보면 전세계 메모리 시장 15% 내외의 공장이 중국에 있는데, EUV 등 첨단 장비의 반입이 어려워져
중국 공장은 중장기적으로 레거시 공정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즉, 15% 내외의 공정이 장기적으로 fade out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업황 부진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올해와 내년 대폭 줄일 계획입니다. (그림 9)
중국 공장의 레거시 전환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폭의 투자 감소는 수요 회복 시, 심한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시장 예상보다 더 상승하고, 기업 실적은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상승(PER 멀티플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었습니다.
LCD 산업에서 보여 주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가 최근에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미국 장비, 유럽 장비들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진 장비의 사용 없이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미중 패권전쟁을 단기적인 이슈로 보는 사람은 적은듯합니다)
주식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인지할 것이고, 다음 상승 사이클에서는 PBR, PER 멀티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그림 10 참조)
Summary
요약하면 최악의 업황을 보여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업황 회복 시 기업 실적 개선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추가로 밸류에이션까지 상승한다면 주가 상승 폭은 과거보다 더 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라는 증시 격언에 더해서 한국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정세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기업가치 상승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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